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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앓는 사람들”을 읽고

오정순 2009. 12. 11. 16:17

“마음을 앓는 사람들”을 읽고

 

                   < 저자: 이시가와 노부요시>

 

                                              오정순

 

이 책의 저자는 이시가와 노부요시라는 정신과 의사로 자신이 보고 듣고 일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즉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던 힘든 과정들과 당시의 정신병원들의 실태에 대한 것들인데 그가 어렸을 때 보아왔던 뎃짱과 나미상이라는 두 정신질환자의 예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우리나라에도 마음마다 이런 사람들이 한,둘 쯤은 있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우리 마을에도 ‘솔벵이’라는 정신질환자가 있었는데 어린이들의 놀잇감. 놀림감이 되었었다. 무거운 책가방을 몇 개씩 들게 시키는가 하면 괜스레 툭 쳐보기도 하면서 그의 반응에 흥미를 느끼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폐쇄된 병원에 갇혔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나와는 다른사람,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한 곳으로 모아 한 곳으로 격리수용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치료의 목적은 부수적이라 생각했다.

이 책에서의 저자는 이 시대의 병원을 ‘인간창고’ 혹은‘형무소’ 같아고 말하고 있다. 단지 정신 질환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억울함을 밖으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큰 잘못도 없이 매 맞고 죽어야만 했고, 그러한 사실들이 은폐되고 조작되었음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또한 병원은 치료의 목적보다는 병상수를 늘려 수입을 올리려는데 더 큰 비중을 두었고 국가에서도 그런 것을 당연시 여겨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자들은 자기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지 못하고 쇠창살에 갇힌채 자신속에 또 하나의 감옥을 만들어 마음의 병이 더 커져만 갔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개방을 시도한다. 음주, 도박, 매춘 이외는 자유를 주었다. 남녀의 교제 역시 자유였다. 또한 공동 주거와 공동작업장을 추진하지만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런 것들에 도움이 될까하여 세계 여러나라도 돌아보았다. 돌아본 나라들 역시 일본의 사정과 다름없는 상태였으나 그 후에 지역화에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보게 된다.

프랑스는 바자리아에 의해 대 혁명이 일어났다. 병원을 없애고 환자들을 지역에 복귀시킴으로서 감금과 자물쇠를 치료한다는 기존의 정신 의료체계를 뒤엎은 것이다. 이탈리아 역시 ‘인간을 소외하는 것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신 병원의 폐지를 외쳤다. 미국은 ‘치료 없는 구금은 위법’ 이라는 이름하에 당국은 탈 입원화를 외치며 입원비를 아꼈다. 결국 환자들은 병원에서 추방되어 값싼 수용소로 버려지는 실패를 하게 된다.

저자는 여러 나라를 돌아본 후 다시 통원시설인 ‘보리의 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조금씩 지역주민들과 정신질환자들이 가까이 지내는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신질환자는 무섭다. 위험하다” 하면서 일반인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에 가족들도 괴롭지만 쇠창살 안에 가족을 가둘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저자는 괴로워했다. 지역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의 노력은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즉 환자들의 집까지 주민들이 놀러오기도 하고 무언가 가저다 주기도 한다는 K양, N양의 반가운 말을 듣게 된다. 그들은 공동작업장에서 나름대로 직업을 갖고 생활하며 만족해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정신질환자들은 무조건 가둬 두는게 아니라 사람들과 접촉하며 어울리는 속에서 병이 호전됨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