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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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낯선 번호가 찍힌 전화가 왔습니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받았네요.
“오 권사님인가요?” 알듯알듯한 목소리에 누구냐고 물으니 00권사라는 대답~
너무나 뜻밖이어서 반갑기도 하고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하는 걱정이 앞섰지요.
대뜸 한다는 소리가 내일 당장 점심이라도 먹자는 것이었어요. 장소는 상관없으니 시간이 없으면 우리 동네로 오겠다네요. 실은 오늘 동창회도 있고 할 일도 많아서 다음에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마음 좀 편케 해 달라고 떼를 쓰더라고요. 그분이 그렇게까지 하실 분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안부를 물으니 벌써 20년이 지난 일들을 얘기하며 무조건 만나 달라고… 실은 20년 전에 돈 40만원을 빌려준 적이 있었지요. 그 당시에도 경제적으로 기우뚱 하던 때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거절할 것도 없이 수표 넉장을 빌려줬는데 그 이후로 그 권사님의 건강이 나빠져서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고 넘나들었지요. 가끔 교회에서 만나면 눈치를 보고 피하는 것 같아서 하루는 제가 먼저 말했어요. 나 그 돈 받을 생각 없으니 눈치 보지 말라고요. 이제 이후로 그 문제는 다 잊는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 분은 20년 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나 봅니다. 성가대석에 앉은 내 모습을 보면 그때마다 빌려간 돈 생각만 나더랍니다. 신장이 다 없어져서 복막 투석을 하고 남편도 머리 수술하고 큰 딸도 장애가 있고… 아무튼 너무도 딱한 처지에 놓여 있었지요. 복막 투석을 몇 년 하다가 그것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마비 증세까지 왔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세 번, 갈 때마다 네 시간씩 병원에 가서 투석을 한다는데 그냥 편하게 4시간 푹 자고 일어난다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고요.
예전에 주위에서 조금씩 모아서 도와주자고 했을 때 나도 보탤 테니 내 이름만은 빼 달라고 했었지요.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오늘 점심에 만났습니다. 20년이 지난일이고 모든 걸 다 잊었는데 뭘 새삼스럽게 그러느냐고 했더니 올해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병이 생길 것 같아서 못 견디겠다고 하더군요. 10년 동안은 몸도 아프고 살기 힘들어서 못 갚았고, 그 이후엔 뭐라고 하면서 이걸 갚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용기가 나질 않았답니다. 그렇게 1년 2년 시간을 보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전화한 것이라고… 그때 40만원이면 400만원도 될수 있고 4000만원도 될수 있겠지만 그냥 원금만 주는 것이니 무조건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안 받고 싶었는데 받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받았습니다.
우리 상가(상가 2층에 시누이들이 하는 식당이 있으므로)를 몰라 사무실로 착각하고 그리로 갔다가 다시 오는데, 만나서 5분 정도만 걸으면 되는 거리를 다섯 번을 쉬면서 겨우 와야하는 건강상태인데도 그 경황에 시골에서 직접 만든 쌀과자(산자)를 한 박스 들고 왔어요. 안쓰럽기도 하고 감격하여 눈물이 나오는 걸 안 들키려고 고개를 돌렸지요.
너무 귀한 돈이어서 생활비에 보탤 생각은 없습니다. 아주 귀한 일에 귀하게 쓰려고 생각중입니다. 저녁에 용산까지 동창회를 가는데도 전철 안에서 그 생각만 했습니다. 그리고 다녀와서도 이대로 하루를 지내고 나면 기록하는 걸 미루거나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이렇게 두서없이 자판을 두드립니다. 인정이 메마르고 자신밖에 모르는 세상이라고 말들 하지만 아직은 이런 분들이 계셔서 참으로 살 맛 납니다. 올해 들어서 최고로 추웠던 오늘이었지만 마음만은 최고로 따스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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